시판 농산물 환(丸) 제품 3개 중 2개는 농산물 중금속 허용 기준 초과
환ㆍ분말 제품, ‘기타 가공품’으로 등록해 중금속 검사 기피
‘기타 가공품’으로 분류되면 중금속 감시망에서 ‘열외’
인천 보건환경연구원 시판 ‘기타 가공품’ 100개 제품 검사 결과
국내 시판 중인 모든 식품의 기준ㆍ규격이 명시된 식품공전(食品公典)에 ‘기타 가공품’으로 분류된 식품이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다수의 부침가루 등 분말류, 다시마환 등 환류(丸類) 등이 ‘기타 가공품’에 포함돼 있다.
24일 사단법인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인천광역시 보건환경연구원 식품분석과가 2013년 1∼9월 인천의 재래시장ㆍ약국ㆍ건강식품 판매업소 등에서 ‘기타 가공품’에 속하는 ‘새싹함초환’ 등 모두 100개 제품을 수거ㆍ검사한 결과 83건에서 납ㆍ카드뮴ㆍ수은 등 유해 중금속이 검출됐다.
이 연구결과(기타가공품의 중금속, 부정유해물질 모니터링 및 노출량 평가)는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지’ 최근호에 소개됐다.
인천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검사한 ‘기타 가공품’의 납 함량은 0.001∼13.4 ㎎/㎏, 카드뮴 함량은 0.003∼1.2 ㎎/㎏, 수은 함량은 0.001~0.7 ㎎/㎏이었다.
인천 보건환경연구원 식품분석과 장진섭 연구사는 “‘기타 가공품’의 경우 중금속 함량이 아무리 높더라도 이를 부적합 처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우리가 검사한 ‘기타 가공품’ 100개 제품 중 2개 제품은 납, 다른 2개 제품은 수은 함량이 국내ㆍ외에서 설정된 최대 중금속 허용 기준을 초과했다”고 지적했다.
‘기타 가공품’인 환(丸) 제품에서 납이 각각 13.4, 9.5 ㎎/㎏, 역시 다른 환 제품에서 수은이 0.6, 0.7 ㎎/㎏ 검출됐다는 것이다.
‘기타 가공품’에 대한 중금속 허용 기준은 아직 마련돼 있지 않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다른 부류의 식품에 설정한 납ㆍ카드뮴ㆍ수은의 최대 허용 기준은 각각 5.0ㆍ5.0ㆍ0.5 ㎎/㎏이다. 참고로 중국의 납ㆍ카드뮴ㆍ수은의 최대 허용 기준은 1.0ㆍ0.2ㆍ0.3 ㎎/㎏, 일본은 5.0ㆍ1.0ㆍ0.05 ㎎/㎏으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엄격하다.
이번에 조사된 ‘기타 가공품’ 100개 제품 중 50개 제품이 환 제품이며, 이 50개 환 제품 가운데 45개 제품은 홍화씨ㆍ도라지ㆍ인진쑥ㆍ뽕잎ㆍ헛개 등 농산물을 환으로 가공한 제품이다.
환 제품에 농산물의 최대 중금속 허용 기준(납 0.3 ㎎/㎏, 카드뮴 0.2 ㎎/㎏)을 적용하면 이번에 검사한 45개 제품(주 원료 농산물) 중 32개 제품이 ‘식용 부적합’ 처리를 받게 된다.
또 이번에 검사한 분말류(‘기타 가공품’으로 분류)는 인삼분말ㆍ누에가루ㆍ부침가루 등 모두 35개 제품이다. 이중 해물파전믹스 등 6개 제품에선 납이 0.4∼3.4 ㎎/㎏ 검출됐다. 분말류에서 납이 밀가루 납 허용 기준(0.2 ㎎/㎏ 이하)의 최대 17배까지 나온 셈이다.
인천 보건환경연구원 권성희 박사는 “환이나 분말제품을 제조하는 회사들은 중금속 등 유해물질의 허용 기준을 충족시키기 힘들어 ‘편법’을 써서라도 ‘기타 가공품’ 등록을 선호하는 것 같다”며 “현재 ‘기타 가공품’은 이물(異物)ㆍ성상 정도만을 검사하므로 설령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더라도 이를 문제 삼을 방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검사의 사각지대에 놓인 ‘기타 가공품’으로 인해 소비자의 건강이 위협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양대 식품영양학과 엄애선 교수는 “‘기타 가공품’의 납ㆍ카드뮴 등 중금속 허용 기준을 시급히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한편 ‘2012년 식품 및 식품첨가물 생산실적 통계집’에 따르면 ‘기타 가공품’은 생산량 기준 순위에서 8위를 차지했다. 최근 3년간 인천 보건환경연구원 식품분석과에서 실시한 ‘기타 가공품’ 검사건수는 1056건으로 전체 검사건수의 6%를 차지한다.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속여 노인들을 현혹하거나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과대 광고하는 제품이 ‘기타 가공품’으로 분류된 경우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