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의 폭행 노출 위험, 다른 서비스업 종사자의 6배

[Let EAT 高]택시 기사의 폭행 노출 위험, 다른 서비스업 종사자의 6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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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기사의 폭행 노출 위험, 다른 서비스업 종사자의 6배

 

-국내 택시 기사 절반 이상이 정신 불건강 상태

 

-승객 폭행당한 경험 있으면 정신 불건강 유병률 76%

 

-택시 기사 3명 중 1명은 취업 1달 내 언어 폭력 경험

 

-울산대 이복임 교수팀, 전국 택시 기사 약 500명 조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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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기사가 승객으로부터 폭행을 당할 위험이 다른 서비스업 종사자의 6배가량인 것으로 밝혀졌다. 감정 노동자에 가해지는 온갖 스트레스로 인해 택시 기사의 절반 이상이 정신 불건강(poor mental health) 상태에 놓여 있다.

11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울산대 간호학과 이복임 교수가 제4차 근로환경조사(2015년,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 수행) 원자료를 토대로 전국의 택시 기사 496명의 정신 건강 상태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이 연구결과(택시운전원의 고객응대 노동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는 한국직업건강간호학회 학술지 최근호에 소개됐다.

이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평가 지표(WHO-5 well-being index)를 이용해 택시 기사의 정신 불건강 여부를 판정했다. 이 평가 지표는 즐거움ㆍ차분함ㆍ활기ㆍ상쾌ㆍ일상생활의 흥미 등 5개 문항을 대상자에게 낸 뒤 0(전혀 그렇지 않다)∼5점(항상 그렇다) 등 점수를 스스로 매기게 하는 방식이다. 점수의 총합이 13점 이하이면 정신 불건강으로 분류된다.

연령별론 40대 택시 기사의 정신 불건강 유병률이 68.9%로 가장 높았다. 2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정신 불건강 유병률이 50% 이상이었다. 택시 기사의 학력이 높을수록 정신 불건강 유병률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대졸 기사가 최고(63.5%), 중졸 기사가 최저(53.7%)를 기록했다.

이 교수는 논문에서 “일반적으론 학력이 높을수록 근로자의 우울률이 낮아지는 데 택시 기사에선 정반대였다”며 “학력과 스킬이 일치하지 않아 직업 만족도가 떨어진 결과”로 풀이했다.

정신 불건강 유병률은 법인 택시 기사(60%)가 개인택시 기사(52.7%)보다 높았다. 월 수입이 100만원대이거나(64.3%), 승객으로부터 언어폭력을 당했거나(65.3%) 위협ㆍ굴욕적 행동을 경험했거나(63.6%) 신체적 폭력을 당한 기사(75.6%)의 불건강 유병률이 높게 나타났다.

이 교수는 논문에서 “택시 기사의 평균 정신 불건강 유병률(56.3%)이 지난해 발표된 국내 대인(對人) 서비스업종 종사자의 정신 불건강 유병률(39.6∼43.1%)보다 높았다”며 “기분장애ㆍ정신 병리적 이상 유병률이 각각 43.6%ㆍ45.6%로 조사된 나이지리아 택시 기사보다 정신적으로 더 힘든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에서 국내 택시 기사의 평균 근속년수는 12년, 평균 근로시간은 주 67.5시간으로 집계됐다. 월 평균임금이 100만원대에 그친 기사가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우리나라 근로자(2014년)의 평균 근속년수가 6년, 주 평균 근로시간이 44시간, 월 급여총액이 약 275만원인 것에 비해 택시 기사의 근무 환경은 훨씬 열악했다.

국내 택시 기사는 취업 후 1개월 내에 33.7%가 언어폭력, 12.3%가 모욕ㆍ위협을 경험했다. 최근 1년간 업무 중 승객으로부터 신체적 폭력을 경험한 사람도 6.1%에 달했다.

택시 기사를 제외한 대인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감정 노동자’의 신체적 폭력이나 괴롭힘 경험률은 1% 미만이다. 외국의 연구에서도 택시 기사가 폭력ㆍ살인ㆍ강도 등의 강력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다른 직종 근로자에 비해 33배까지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내 법인택시 기사 181명을 대상으로 한 2010년의 연구에선 욕설 경험률이 84.5%, 언어ㆍ신체 위협 경험률이 66.9%였다.

이 교수는 “(자신의) 연구가 전국의 택시 기사를 대상으로 실시됐기 때문”이며 “서울 등 대도시의 택시 기사가 승객으로부터 폭력ㆍ위협을 받을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대도시는 중소도시나 군 지역에 비해 택시의 교통수송 분담률이 높고 택시 기사의 월 근로시간이 길어 그만큼 각종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는 것이다. 교통체증과 심야시간대 승차난이 심한 것도 관련이 있다.

이 교수는 “택시 기사의 정신 건강 증진을 위해선 승객의 폭력ㆍ폭행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프로그램이 개발돼야 한다”며 “미국 산업안전보건청은 택시 기사 보호를 위해 승객과 운전자 간 보호벽과 보안카메라 설치, 폭력 발생 알림장치 마련, 승객의 행동을 모니터할 수 있도록 실내조명을 밝힐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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