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연구 중단하면 잃어버린 13년 맞을 수 있다”
-“나중엔 미국ㆍ유럽ㆍ일본ㆍ중국에서 로열티 주고 GMO 기술 사와야 할 것”
– GM 작물 기술은 ‘바나나겟돈’ 예방에 기여할 것
– GM 연구의 중심축, 생산자를 위한 작물에서 소비자 위한 작물로 변환
-브라질에선 바이오에너지 생산 GM 나무, 일본에선 화분증 완화 GM 쌀 개발
“GMO 연구를 당장 중단하면 잃어버린 13년을 맞을 수 있습니다.”
‘GMO 연구 지속 또는 중단’을 주제로 12일 오전 서울 상공회의소 소회의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주제 발표를 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장렬 전문연구위원은 “하나의 GM 작물을 상업화하기 위해선 약 1억3600만 달러의 연구비와 13년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우리나라가 지금 GMO 연구를 중단하면 나중에 미국ㆍ유럽ㆍ일본ㆍ중국 등에서 로열티를 주고 GMO 기술을 비싸게 사와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 전문연구위원은 “GM 작물 총 개발비 중 유전자 탐색에 23%, 작물 개발에 51%, 안전성 평가와 종자 등록에 26%가 투입된다”며 “GM 작물은 지난 20년간 전 세계적으로 전체 농지의 약 12%에서 재배되고 있지만 한 건의 안전성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GM 작물이 식물 질병 퇴치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면서 GM 파파야와 GM 바나나를 예로 들었다. GMO 기술이 하와이 파파야를 구했을 뿐 아니라, 전 세계 바나나 공급의 47%를 차지하는 캐번디시 바나나를 전멸 위기로 내몰 수 있는 치명적인 질병(세균성 마름병) 예방에도 기여할 것이란 얘기다.
1990년대 하와이에 서식하는 파파야 나무의 절반 이상이 윤문 바이러스 병으로 죽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1998년 하와이 대학 연구진이 레인보우 파파야라고 불리는 신품종(GM 파파야)을 개발해 사태를 해결했다. 현재 하와이에서 재배되는 파파야의 약 77%가 GM 파파야다.
캐번디시 바나나의 세균성 마름병 예방을 위해 마름병균에 저항성을 가진 피망의 유전자를 삽입한 GM 바나나는 현재 효과 등을 확인하기 위한 포장시험에 들어갔다. 유 전문연구위원은 “GMO 기술이 ‘바나나겟돈’(바나나 전멸)을 피하게 하는 구세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희대 식품공학과 김해영 교수는 “현재 전 세계에서 GMO 연구의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며 “과거엔 제초제 저항성 콩 등 생산자를 위한 GM 작물이 주였으나 최근엔 건강 기능성을 가진, 소비자ㆍ수요자 중심의 GM 작물 개발에 연구가 집중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GM 작물 개발의 중심축이 농업용에서 화장품ㆍ의약품ㆍ바이오에너지 등 산업소재ㆍ환경정화ㆍ환경보전 등을 위한 작물로 옮겨가고 있다고 했다. 구체적인 예로 지카바이러스 예방을 위한 GM 모기, 호주에서 개발한 GM 파란 카네이션, 일본의 GM 파란 장미와 파란 국화, 케냐의 GM 안개꽃, 브라질의 GM 바이오에너지 생산 GM 나무, 일본의 사람 화분증 완화 GM 쌀 등을 꼽았다.
김 교수는 “GMO 연구나 개발을 놓고 찬반 양측이 과도한 갈등을 빚기 보다는 소비자와 전문가가 함께 위해성 평가에 참여하는 등 윈윈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9월 농촌진흥청과 반(反)GMO전북도민행동은 ‘GM작물개발사업단’ 해체와 상용화 추진을 중단하기로 했다. 일부에선 농진청 등 정부 차원의 GMO 연구가 전면 중단되는 것으로 오인하고 있다. 농진청은 “GM작물개발사업단은 해체되지만 GMO 연구는 중단되거나 위축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사업단 명칭을 연구단으로 바꿔 연구를 계속 한다는 것이 농진청의 공식 입장이다.
이번 기자 간담회는 사단법인 미래식량자원포럼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 주최로 열렸다.